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 - 1

직선 거리로는 약 3m 떨어진 서랍장 위에, 반쯤은 식빵이고 반쯤은 옆으로 누운 천하에 다시 없을 (것처럼 보이는) 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고양이.

삼색에, 이미 자랄 대로 자랐고 거기서 더 자라서 디룩뒤룩한 돼냥이다. 성질은 더럽지만 이미 오래 전에 내가 먼저 건들지 않으면 성깔도 안부린다는 걸 알게 되고 현재는 휴전 상태다. 결국 놈도 나도 (나름) 쿨한 성격인거다.

자존심 때문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, 어쨌든 우쭈쭈를 한다거나 힘든 일이 있다고 고양이한테 하소연하는 일 따윈 그만뒀다.

하소연 얘기를 하자니, 어느 집 고양이들은 주인이 힘들거나 우울해 있으면 와서 위로도 해 준다더라. 내 삼색냥이도 그렇다.

수십 수백 번의 크고작은 고난 중에 위로 횟수는 너댓 번이 고작이었지만.

그것도, 막 무슨 어마어마한 커다란 일이 터졌다던지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위로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. 그냥 한마디로, 랜덤이거나 혹은 지가 내키면 와서 토닥거려 주는 거다. 매우매우 낮은 빈도수를 감안할 때, 사실은 엄청 귀찮아하거나 그냥 그 순간의 충동인 듯 하다. 뭐 난 있으면 좋은거고 없으면 없는거다 하는 성격이기에 그것도 감지덕지지만.

사실 그런 건 별로 안부럽다. 기쁜 일은 나눠도 슬픈 일이야 나눌 것까지 있겠냐 하는 생각이기에, 굳이 뭐 힘들 때 위로해주는 착한(?)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부럽다고 생각하진 않는다.

내가 진짜로 부러운 건, 대화하는 고양이다.

말을 걸면, 뭐 개처럼 쪼르르 달려오고 하지는 않을지언정, 대답이라도 하는. (그러고 보니 조카놈한테도 이 기능을 탑재시켜야지 생각한지 오래건만, 사람 말이 통하는 상대인데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걸 보면 하물며 고양이야--싶기도 하다)

 

근데 이것도 꽤나 빈도율이 낮은 이벤트이긴 하지만 오래 같이 하다 보면 오늘 같은 일도 있다.

개/고양이/기타생물 관련 인터넷 게시글을 읽고 있었는데, 슬쩍 삼색이 쪽을 보면서 지나가는 투로 말을 걸어 봤다.

'고양이 얘기 열라 많다'

당연한 얘기지만 와서 보라는 소린 아니었고 ㅋㅋ

그냥 내 딴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관련 경험이 있는데, 그 중에 제법 훈훈하거나 웃긴 에피소드들이 많고 그걸 공유해줘서 좋구나--하는 정도의 말이었다. 

삼색이는 고양이답게 눈을 가늘게 (추정 3~4mm) 뜨는 반응을 보였고, 눈은 곧 다시 닫혔다.

그걸 보고 한 마디 더 했다. '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지.'무시당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라 딱히 섭섭하다기 보단 그냥 말 한번 더 붙여 보고 싶었던 정도의 톤으로.

그러고서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는데, 그 때, '냠.' 하고 아주아주 짧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.

곧바로 삼색이 쪽을 봤지만 방금 울었던 게 사실인지 환청인지 모를 정도로 자세와 표정에 아무 변화가 없더라.

고양이한테 말을 거는 건, 가끔 (그렇지만 심야 시간에는 꽤 자주) 하는 버릇이다. 당연한 얘기지만 뭔가 리액션을 기대하고 하는 짓이지만, 평소라면 그냥 소리가 나는 것에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정도다.

정말 그저 볼 뿐. 것도, 뭐야? 하는 표정으로 0.5초 정도 눈이 마주칠 뿐이다. (그나마도 너무 많이 하면 눈도 안 마주친다)

쓰다 보니 삼색이가 너무 정떨어지고 못된 고양이처럼 묘사되긴 했는데, 사실 그렇게 나쁜 놈도 아니고 나랑 사이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. 우리도 남들처럼 할 건 다 한다. 가끔씩 내 옆에 와서 잘 때도 있고, 밥 줄때면 다리에 부비부비도 (가끔에서 그럭저럭 자주 사이 정도로) 한다. 그리고, 사실 고양이가 말을 너무 잘 하는 것도, 이웃들 감안하면 꽤 곤란한 일이기도 하다.

그냥 가끔 제 놈 쪽에서 한두마디라도 말을 걸어 주거나,  하루 두어번 정도라도 내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쳐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.하지만, 세상에 어디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이 있겠나. 하물며, 어디 그렇게 딱 내 기호에 맞춰주는 고양이가 있겠나. 기계라면 있을 수도 있겠다만.

그래서 오늘도 난 그냥 나한테 가끔씩 일어나는 작은 좋은 일들에 만족하고 산다.

아까 삼색이의 '냠.' 에 여러가지 상상을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는 일 아닌가.

'시끄러. 잠 좀 자자' 라던가'뭐래니' 라던가

좀 더 살을 붙여 보자면

'도대체 왜 고양이한테 말을 걸면서 거기다 대답을 해주길 원하는거냐' '그렇게 딴 집 고양이들이 좋으면 거기 가서 살던가?' '대체 지금이 몇시야. 넌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밤늦게까지 노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고 잠을 덜 자면 깨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삶을 좀 더 보람차게 산다고 자위하고는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로 삶을 낭비하고 있는 건 네 쪽이라고 해도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인데 이게 반드시 내가 고양이라서 많이 자는 걸 가치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본능적으로 많이 자니까 덜 자는 걸 부러워한다고 오해하면 곤란한데, 아니 그보다도 일단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건강하다는 기사도 있고 그 이전에 상식적으로도 충분히 안 자는 게 몸에 좋을 리가 없잖아?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자는 버릇을 들이는 게 자꾸 늘어나는 야식과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허릿살 대책으로도 좋을 텐데 물론 여기서 굳이 내가 비만인 점도 지적하려면 그 전에 내 식사량을 조절하는 너한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점은 꼭 감안해 주길 바라고 그렇다고 뭐 애완동물은 주인 닮는다던지 하는 통설을 갖다 붙이는 건 나도 싫고 네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행여라도 그러지는 말아주기 바래. 아 바래는 틀린 말이고 바라가 맞다지만 이거 역시도 너가 알면서도 바래 쪽이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계속 쓰는 거에 대해서는 난 어차피 언어체계가 다른 동물이니까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고 내가 오늘따라 자꾸 너한테 공감해주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가 버리는 게 이제 와서 생각하니 영 별로기도 하고 어쨌든 난 너랑 놀아주고 싶지도 않고 편한 자세로 잘 자고 있었으니 그냥 계속 잘테니 너도 그냥 자던지 말던지 하고 어느 쪽이건 이제 더 이상 나한테 말은 걸지 않는 게 좋겠다. 그럼 잔다.' 라던가.

아니면 하다못해, (정황상 이 쪽이 가능성은 높아 보이는데)

'아, 나도 수박껍질 같이 씻을래' '서랍 빨리 정리해 비온대'

즉, 잠꼬대.

아, 마지막 꺼 괜찮네. 귀엽네. 삼색이가 자다 깨서,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왜 내 말을 이해를 못하냐고 앙탈을 부린다--라. 오늘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자야지. 헤헷.

by coneco | 2013/07/26 03:00 | 고냥이 관련 | 트랙백 | 덧글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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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rjuha at 2013/07/27 19:28
えッ 猫飼ってんの?知らんかったー
Commented by coneco at 2013/08/06 14:08
タイトルちゃんと読め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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